관운장 사주풀이/사주풀이

생명이 기억이라면.....

한... 2014. 4. 18. 14:48


 

 

 

보도를 보니 지난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직전 여객선에 끝까지 남아 제자들과 승객의
목숨을 건진 단원고 교사와 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여객선 선장은 대피 명령도 내리지 않은 채 배를 버리고 달아난 상황에서 이들의 영웅적
살신성인 구조활동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구조된 학생들이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하루만인 지난 17일 여객선 후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2학년 6반
담임 남윤철교사는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있던 제자를 구출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 교사는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16일 선실 비상구 근처에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끝까지 대피를 도왔습니다


제자 안민수군은 “물로 가득찬 방으로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를 대피시켰다”고 말했고
같은반 구성민군은 “탈출 직전까지 우리를 안심시키며 탈출을 도왔다”고 울먹였습니다

 

영어를 가르쳤던 남교사는 청주 출신으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으며 아버지는 사립대 교수
로 재직중입니다, 교단에서 늘 마주했던 제자들 단 한명이라도 더 배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불사르며 부활대축제일을 사흘 앞두고 하늘나라로 떠난 셈입니다

 

선장은 저만 살겠다고 선두로 도망가는데 배에 대해 전혀 아는바 없는 교사는 끝까지 남아

제자를 살리고 죽음을 택한 영웅적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며 삶과 죽음.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에 대한 글을 짧게 올려봅니다.

 

 

나는 나에 대한 기억이 없다
나였던 것들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엄마 손을 잡고 불이 난 건물 계단을 내려오던 나도

산골짜기를 헤매며 사슴벌레를 잡던 나도

첫사랑의 열병을 앓던 나도

흰 눈을 맞으며 펑펑 울던 나도 없다

오직 그것들에 대한 기억만이 그것들을 나이게끔 한다

 

그런 기억은 삶을 비가역적인 무엇으로 만든다

사랑이 불가역적인 반응인 이유도 기억 때문이다

사랑과 이별이 남긴 기억으로 인해 우리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대한 수많은 기억이 우리를 늙게 한다


첫사랑을 다시 할 수 없고, 첫 키스를 새로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미 그것을 해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의 퇴적층이다,

시간은 기억을 풍화시키고 죽음은 마침내 기억을 소멸시킨다
나는 한 존재가 죽음 이후에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타자의 기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런 기억이 있다. 생명이다

 

기억의 핵심은 재현이다

기억 속에서 사건은 재현된다

내일 자전거를 자연스럽게 탈 수 있는 것은 어제 자전거를 탔던 행위를 내 몸이 기억하고

그것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을 떠올리는 것도 기억이고 재현이다


기억이 없다면 재현은 불가능하다.

과거의 사건은 오로지 기억의 매개를 통해서만 현재 혹은 미래와 연결된다

 

생명의 핵심 또한 재현이다.

생명체는 사건을 끊임없이 재현한다,

세포가 분열하여 똑같은 세포가 나오고 그 세포들이 분열하여 다시 똑같은 세포를 만든다


하나의 세포가 닭이 되어 하나의 세포로 된 알을 낳고, 그 알은 다시 닭이 되어 하나의

세포로 된 알을 낳는다.

아버지가 딸에게 파란 눈을 물려주고 어머니가 다시 그 파란 눈을 아들에게 물려준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명체는 마치 과거를 기억한다는 듯 행동한다
세포가 분열한 후 딸세포는 다시 모세포의 모습을 되찾고 달걀은 자신을 낳은 닭의 꼴을 갖춘다.

 

손자의 눈은 할아버지 눈의 색깔을 기억하는 것 마냥 푸른빛을 띤다

생명체는 기억을 통해 본연의 삶을 획득하고 살아 있는 한 기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반대로 생명체의 죽음은 기억의 끝이며 재현의 정지다,

최초의 심장박동이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때 삶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없는 상태가 죽음이다

 

그러나 생명체의 죽음 이후에도 기억을 매개로 생명은 이어진다
할아버지가 죽은 이후에도 손자의 눈은 여전히 파랗다,

닭이 더 이상 달걀을 낳을 수 없게 되는 날 그가 낳은 달걀이 닭이 되어 다시 달걀을 낳고 있다.

 

최초의 생명은 그 탄생 이후 단 한순간도 재현을 멈추지 않았다.

38억 년 동안 지구 위에서 끊임없이 재현되는 기억, 생명은 바로 그 영속하는 기억이다.

생명이 기억이라면.....

우린 이번 진도 앞바다에서 살신성인을 보이고 떠난 영웅들을 어디에 기록해야 할까요”